- 법원
- 대법원
- 선고
- 2022. 3. 17.
- 사건
- 2018다263434 · 민사
- 결론
-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냄
무엇을 다퉜나
환자가 숨지자 배우자와 자녀들이 그 병원의 운영 주체에게 손해를 물어 달라며 낸 소송입니다.
- 먼저 환자는 온몸에 힘이 빠지고 기억력이 떨어지며 소변을 지리는 증상으로 다른 의료원에서 추가 검사를 권유받고 이 병원 신경과 외래에 왔습니다. 신경과 의사는 뇌혈관 질환, 경동맥 협착, 만성 음주에 따른 인지기능 저하 등을 의심해 정밀 진단을 위해 응급의학과로 보낸 것입니다.
- 응급의학과 의사가 면담 뒤 혈액검사와 엑스레이 등을 정했는데, 사고는 흉부 엑스레이를 찍던 중 환자가 식은땀을 흘리며 뒤로 넘어진 일입니다. 응급실로 돌아오자 의사가 곧 상태를 보고 혈당과 활력징후를 쟀는데, 모두 정상이었습니다.
- 한 시간쯤 뒤 뇌 MRI를 하려 했지만 환자가 소리를 지르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해 찍지 못했습니다. 그 뒤 넘어지고 4시간쯤 지나 입원을 기다리던 응급실에서 10초쯤 양쪽 팔다리에 경련이 있었고, 이때 의료진이 한 처치는 항경련제 투약입니다.
- 넘어진 때로부터 19시간쯤 지난 다음 날 아침 뇌 CT에서 외상성 뇌내출혈, 양쪽 전두엽과 측두엽의 급성 뇌출혈 · 뇌부종, 경막하출혈이 나왔습니다. 곧 개두술과 혈종 제거술을 받았지만, 입원해 있던 중 2주 남짓 뒤 외상성 뇌출혈과 뇌부종에 따른 연수마비로 숨졌습니다.
1심은 가족이 낸 청구를 전부 기각했는데, 두 곳의 진료기록 감정과 법의학 쪽 사실조회를 함께 보고 내린 판단은 넷입니다.
- 내원 때 정신착란 증세는 있었지만 의식은 명료했고 혼자 걸을 수 있어, 엑스레이 촬영 때 따로 낙상을 막는 조치가 필요했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또 넘어진 뒤 두통 · 구토 · 편마비처럼 머리 외상을 의심할 소견도 없었습니다.
- 응급 CT를 꼭 해야 하는 머리 손상 환자는 의식 점수가 낮거나, 1cm 넘게 함몰된 골절이 있거나, 양쪽 동공 크기가 1mm 넘게 다르거나, 의식이 계속 나빠지는 경우 등인데, 이 환자는 넘어진 뒤 그런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 1년 전부터 알코올 금단 발작으로 치료받아 온 환자는 움직임이 조절되지 않아 MRI를 할 수 없었고, 보호자가 양손 억제대를 요청할 만큼 불안정해 CT나 MRI 같은 영상검사에 맞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보았습니다.
- 수술로 혈종을 충분히 제거해 따로 감압술이 필요하지 않았고, 수술 뒤 여러 차례 뇌 CT와 의식 점수 확인으로 경과를 지켜보는 사이 뇌부종도 전반적으로 나아졌다고 했습니다. 수술 뒤 재출혈 가능성과 합병증 위험은 가족에게 설명했다는 판단입니다.
원심도 결론이 같아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넘어지기 전부터 두통과 인지 저하 같은 증상이 있어 그 전에 머리를 다쳤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우니, 이 사고로 머리 외상을 입었다고 못박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경련에는 산소와 항경련제로 대처했고, 다음 날 아침까지 CT를 하지 않은 일 하나로 진단이나 경과 관찰에 빈틈이 있었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원심의 결론입니다. 그러자 가족이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의료진이 나눠 맡을 때 이어 줄 것 판결요지 · 이유 3 가
대법원은 과실을 재는 잣대가 그 무렵 임상의 의료 수준이라는 법리를 짧게 적은 뒤(2016다266606 등 참조), 이 판결의 중심이 되는 문장을 더했습니다.
여러 의사가 분업이나 협업으로 진료를 담당하면, 먼저 환자를 맡았던 의사는 뒤에 맡을 의사에게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알려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병원에서 검사나 수술을 받다 넘어지는 등의 사고가 있었다면 담당 의사는 그 사정을 고려해 환자의 건강 유지와 치료에 주의를 기울이고, 담당이 바뀔 때는 뒤의 의사에게 이를 알려 지속적으로 상태를 살필 수 있도록 챙겨야 한다고 했습니다.
넘어지며 머리를 부딪쳤을 가능성 이유 3 나
- 촬영 전에 쓴 진료기록에는 두피에 외상이나 부종이 있다는 기재가 없었습니다.
- 촬영하던 방사선사의 말은, 기계를 작동하는 순간 손잡이를 잡고 있던 환자가 뒤로 넘어갔고 바로 뛰어갔지만 붙잡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뇌 CT 결과지에는 왼쪽 머리 두피에 부종이 있다고 적혀 있었고, 이는 머리에 물리적 충격이 있었다는 뜻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그 부종이 넘어질 때 머리가 바닥이나 기계 같은 물체에 부딪쳐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경련이 왔을 때 내다볼 수 있었던 원인 이유 3 다 · 라
넘어지기 전에는 뇌출혈을 예상할 만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넘어지고 4시간쯤 뒤 양쪽 팔다리에 경련이 왔습니다. 이를 두고 대법원은 통상의 의료 수준으로 보아 의료진이 사고로 생긴 뇌출혈이 그 경련의 원인일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1심의 사실조회에 법의학교실이 보낸 회신도, 이런 환자를 정확히 진단하려면 신경학적 검사와 CT 촬영이 중요하다는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의료진은 사고 부위를 자세히 살피고 상태를 계속 지켜봤어야 합니다. 사고를 본 의료진은 담당 의사에게 알리고, 담당이 바뀌면 앞의 의사가 뒤의 의사에게 전해, 경련이 나타났을 때 곧바로 뇌 CT 검사 등으로 원인을 확인했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이어지지 못한 것 이유 3 마
- 사고 직후 응급실로 돌아왔을 때 의료진은 활력징후를 쟀을 뿐, 머리 부위에 상처가 생겼는지 살펴봤다는 사정이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 또 넘어진 사실이 담당 의사에게 잘 전달되지 않아서, 경련이 왔을 때 담당 의사는 머리 외상으로 인한 뇌출혈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알코올을 끊은 데 따른 금단성 경련으로만 보아 항경련제만 투약했습니다.
- 결국 뇌 CT로 뇌출혈과 뇌부종을 발견하고 수술한 것은 사고 뒤 19시간쯤 지나서입니다.
대법원은 경련이 왔을 때 곧바로 CT를 찍었다면 뇌출혈이나 뇌부종을 더 일찍 찾아 조치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의료진이 환자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살펴 위험을 막을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볼 여지를 인정했습니다.
원심이 심리했어야 할 것 이유 3 바
원심은 사고가 뇌출혈이나 뇌부종을 부르고 그로써 사망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고, 의료진이 위 주의의무를 다했는지를 심리해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머리 외상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머리 손상이 의심되는 상황이 아니었으니 이른 CT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과실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주의의무 법리를 그르쳐 심리를 다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보고, 나머지 상고이유는 건너뛴 채 서울고등법원에 사건을 되돌렸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의료진의 과실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지는 않았습니다.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원심이 그 점을 심리하도록 한 것입니다.
- 원심이 배척한 설명의무 주장은 나머지 상고이유와 함께 판단이 생략됐습니다.
- 환송 뒤 서울고등법원에서는 화해권고결정이 내려졌습니다(2022나2012532).
실무에서 읽는 법
넘어진 사실 하나가 다음 의사에게 전해졌는지가, 같은 경련을 금단 증상으로 볼지 뇌출혈의 신호로 볼지를 가른 판결입니다.
의료인이라면
1심과 원심은 의식 점수 · 동공 · 함몰 골절 같은 응급 CT 기준과 검사가 어려웠던 상태를 들어 이튿날 CT를 늦지 않았다고 보았습니다.
반면 대법원은 검사 중 생긴 사고를 담당 의사에게, 담당이 바뀌면 다음 의사에게 잇는 일에 무게를 두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병원 안에서 넘어진 일이 있었다면, 그 사실이 기록과 담당 의사에게 어떻게 이어졌는지가 진료 경과를 읽는 실마리입니다.
머리를 다쳤는지는 촬영 전 진료기록, 촬영한 사람의 진술, 뒤에 찍은 CT의 두피 부종을 맞대어 따져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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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쟁점의 판례
출처 · 대법원 2022. 3. 17. 선고 2018다263434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