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대법원
- 선고
- 2016. 4. 28.
- 사건
- 2014다205584 · 민사
- 결론
- 원고와 피고(대한민국)의 상고를 모두 기각
무엇을 다퉜나
원고는 북한이탈주민으로, 입국 뒤 관계기관의 합동신문을 거쳐 보호대상자로 정해진 사람입니다. 보호대상자는 정착지원 시설에서 12주가량 사회적응교육을 받고 거주지로 옮겨 가는데, 원고에게는 아직 가족관계등록부가 만들어지지 않았고 주민등록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 실제로 원고는 시설에 들어간 첫날부터 빨리 내보내 달라며 교육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밝히는 등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했습니다. 그러자 시설의 심리상담사가 정신과 진료와 약물 치료를 권하며 올린 보고는, 입원 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높아 보인다는 것입니다.
- 다음 날에도 원고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분노를 이어 보였는데, 시설 안의 정신과 의사는 행동 조절이 되지 않아 자해나 타해가 우려되고, 지속적인 관찰과 치료를 위해 입원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시설의 장에게 보고했습니다.
- 그리고 같은 날 원고는 정신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았고, 그곳 정신과 의사는 양극성 장애로 진단하며 입원 치료를 권했다는 것이 판결에 적힌 경위입니다.
- 그러자 시설의 장은 그날 곧바로 입원을 의뢰하면서, 보호의무자로서 원고의 입원에 동의한다는 동의서를 냈습니다. 그 동의서를 근거로 원고는 폐쇄병동에 입원해 치료를 받다가 두 달 남짓 뒤 퇴원한 것입니다.
그 뒤 원고는 나라에 배상을 구했고, 원심은 나라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보면서 1심이 명한 배상 가운데 일부를 줄였습니다. 나라는 책임 자체를, 원고는 위자료가 적다는 점을 들어 각각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보호의무자를 한정해 둔 까닭 판결요지 · 이유 1 가
옛 정신보건법은 모든 정신질환자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고, 입원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에게도 늘 자발적 입원이 권장돼야 한다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삼았습니다(제2조 제1항 · 제5항).
그래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보호의무자 2인(한 사람뿐이면 그 한 사람)이 동의하고, 입원 필요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판단한 때에만 할 수 있었습니다(제24조 제1항).
여기서 보호의무자는 정신질환자의 민법상 부양의무자나 후견인이고, 그런 사람이 없거나 의무를 다할 수 없으면 주소지(없거나 모르면 현재지)를 관할하는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이 보호의무자가 됩니다(제21조 제1항 · 제3항). 또 자해나 타해의 위험이 크고 상황이 매우 급박한 때를 위해서는, 의사와 경찰관이 동의하면 72시간까지 입원시킬 수 있는 응급입원이 따로 있었습니다(제26조).
대법원은 이 규정들을, 입원 과정의 인권침해를 막으려고 동의할 수 있는 보호의무자를 한정해 열거하고 요건과 절차를 엄격하게 짜 둔 것으로 읽었습니다. 보호의무자가 아닌 사람이 보호의무자로서 동의해 정신질환자를 입원시키는 일은, 응급입원의 요건과 절차를 채운 때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아니라면 위법하고 불법행위가 된다고 판결은 정리했습니다.
절차 위반과 정당행위 · 긴급피난 이유 1 다 · 라
이 잣대로 원심은, 보호의무자가 아닌 시설의 장 등이 입원을 의뢰하고 스스로 보호의무자로서 동의한 일이 정신보건법의 절차를 어긴 것이라는 게 원심의 판단입니다.
반면 나라는 정당행위나 긴급피난이라고 다퉜지만, 원심은 법을 어긴 동의가 사회적으로 타당하다고 할 수 없어 정당행위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입원 당시 원고의 상태가 다른 교육생에게 위해가 될 만큼 급박했다고 볼 수 없고, 필요했다면 요건을 갖춰 응급입원이 허용되는 기간 동안 입원시킬 수도 있었으니 긴급피난도 아니라는 판단이었고,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시설의 장의 과실 이유 1 다 · 라
원심이 과실을 인정하며 든 사정은 다섯입니다.
- 정착지원 법률은 본인의 뜻에 반하는 강제처분의 근거가 될 수 없고, 정신보건법의 절차는 엄격히 지켜져야 했습니다.
- 민법상 보호의무자가 없거나 의무를 다할 수 없고 주소지도 없거나 모르면, 현재지를 관할하는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이 보호의무자가 된다는 것은 법문 자체로 분명했습니다.
- 가족관계등록부가 없고 주민등록이 되지 않은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사정은 정신보건법의 적용을 비켜 갈 합리적인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 게다가 시설의 장은 몇 해 전 다른 보호대상자를 보호의무자인 시장의 동의를 받아 입원시킨 선례가 있었습니다.
- 그런데도 적법한 절차를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은 채, 원고가 시설에 들어간 다음 날 곧바로 강제입원을 정하고 실행했다는 점이 마지막 사정입니다.
한편 나라는 보호의무자인 시장이 동의를 거절해 하는 수 없이 동의했다고도 주장했지만, 원심은 그런 거절이 실제로 있었는지부터 확실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설령 있었더라도 구두로 전해진 통화 내용만으로 스스로를 보호의무자로 잘못 알고 동의한 것을 신중을 다한 업무 처리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원심의 결론입니다. 시설의 장 등에게 과실이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 전반에 대해 대법원은, 국가배상법이 말하는 과실의 뜻을 잘못 읽은 데가 없다며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위자료와 배상의 범위 이유 2 · 원심 이유 2 나
위자료가 너무 적다는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법원은 2012다60466 판결을 들어 답했습니다. 즉 위자료가 얼마인지는, 사실심 법원이 사정을 두루 참작해 직권으로 정할 수 있는 재량의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원심의 액수가 그 재량의 한계를 넘었다고 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때 원심은 위자료를 정하며 입원의 경위와 기간, 그때 원고의 증세와 치료의 필요성, 치료 경과,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원고의 특수한 지위, 위법성과 과실의 정도, 원고의 나이와 성별을 함께 헤아렸습니다. 수입을 잃은 손해는 입원하지 않았어도 교육을 받아야 했던 기간을 빼고, 시설을 나갈 예정이던 날 다음 날부터 퇴원한 날까지만 인정한 것입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옛 정신보건법 아래의 판결입니다. 지금 입원의 갈래와 절차는 정신건강복지법이 정하고 있어서, 이 판결의 조문과 요건을 지금 법에 그대로 맞대어 읽을 수는 없습니다.
- 수입을 잃은 손해를 셈한 원심의 판단은 대법원이 따로 살핀 대목이 아닙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정리하면, 판결은 입원에 동의할 수 있는 사람을 법이 정한 범위로 묶었습니다.
의료인이라면
원심은 정신과 의사들의 소견과 진단 · 입원 권고를 입원의 경위로 적었고, 위법은 동의한 사람의 자격에서 찾았습니다. 위자료를 정할 때에는 그때의 증세와 치료의 필요성도 함께 헤아린 셈입니다.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를 위해 법은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로 하는 응급입원을 따로 두었고, 원심은 그 요건을 갖춰 입원시키는 길도 있었다고 보았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판결은 입원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에게도 자발적 입원이 늘 권장돼야 한다는 법의 기본이념에서 출발합니다.
가족관계등록부와 주민등록이 없다는 사정도 법의 적용을 비켜 가지 못했습니다. 그런 때에 대비해 옛 법은 현재지를 관할하는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을 보호의무자로 정해 두었기 때문입니다.
설명의무 더 보기
같은 쟁점의 판례
출처 · 대법원 2016. 4. 28. 선고 2014다205584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