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분담 · 구상

경과실 공중보건의의 구상권, 유족에게 낸 판결금을 국가에 청구할 수 있었던 까닭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공무원 신분으로 진료한 의사가 유족에게 판결금을 먼저 냈다면, 그 돈을 국가에 청구할 길이 있다는 점을 이 판결이 보여 줍니다. 공중보건의가 치료하던 환자가 패혈증으로 숨졌고, 유족이 낸 소송에서 패소한 의사는 판결금을 모두 냈습니다. 대법원의 결론은, 경과실뿐인 공무원이 국가의 빚을 대신 갚은 셈이니 의사가 그 돈을 국가에 구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2014. 8. 20.
사건
2012다54478 · 민사
결론
상고기각

무엇을 다퉜나

원고는 한 의료법인 병원에서 공중보건의로 일하며 2005년 10월부터 11월까지 한 환자를 치료했는데, 환자는 12월 패혈증으로 숨졌습니다.

  • 유족이 원고와 의료법인에 배상을 구한 앞선 소송에서, 법원은 혈액배양검사를 하지 않고 3세대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은 의료과실을 인정해 둘에게 배상을 명했는데, 그 판결이 확정된 때는 2010년 11월입니다.
  • 그 소송에서 원고는 자신이 공무원이라는 주장을 하지 않았고, 판결이 확정된 달에 유족에게 판결금을 모두 냈습니다.
  • 문제는 그 뒤입니다. 원고는 자신이 공무원이고 과실은 경과실이어서 원래 유족에게 책임이 없었다며 국가에 구상금을 청구했습니다.

원심은 원고의 과실을 경과실로 보고 구상을 인정했고, 이에 국가는 중과실 여부, 신의칙, 구상권의 성립을 들어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앞선 판결이 중과실을 전제했나 이유 1

먼저 대법원은, 앞선 소송에서 원고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 고의나 그에 가까운 현저한 주의 결여, 곧 중과실을 깔고 있지는 않았다고 한 원심을 수긍했습니다.

앞선 소송과 다른 주장, 신의칙 위반인가 이유 2

또 앞선 소송에서 공무원이라는 주장을 하지 않아 판결을 받은 뒤, 이제 공무원이고 경과실이라 책임이 없었다며 구상을 구하는 것이 신의칙이나 자기모순금지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원심 판단 역시 옳다고 보았습니다.

경과실 공무원의 배상과 구상권 판결요지 [1] [2] · 이유 3

직무 중 불법행위로 손해를 입힌 공무원은 고의나 중과실이면 국가와 별도로 개인 책임을 지지만, 경과실뿐이면 개인 책임이 없습니다. 이 대목은 95다38677 전원합의체 판결을 이어받은 것입니다.

대법원은, 책임 없는 경과실 공무원이 피해자에게 배상했다면 남의 빚을 갚은 셈이어서 피해자는 돌려줄 의무가 없고 국가는 스스로 출연하지 않고 채무를 면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공무원이 국가의 배상책임 범위 안에서 갚은 돈을 구상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런 변제는 민법의 제3자의 변제나 도의관념에 맞는 비채변제에 해당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원고 역시 책임 없이 패소판결에 따라 유족에게 갚았으니 도의관념에 맞는 비채변제이고, 국가에 대한 구상권이 생긴다는 판단입니다. 원심의 이유 설명이 다소 부족해도 결론에는 잘못이 없어 국가의 상고는 기각됐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원고의 의료과실이 경과실이라는 평가는 원심이 내렸고, 대법원은 그것이 중과실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수긍했을 뿐 의료 판단을 새로 하지 않았습니다.
  • 구상금의 구체적 범위, 곧 국가의 배상책임 범위가 얼마인지는 상고이유에서 따로 셈해지지 않은 대목입니다.
  • 마찬가지로 원고가 판결금 전부를 낸 것과 국가의 배상책임 범위가 어떻게 맞물리는지도 숫자로 풀리지 않았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공중보건의처럼 공무원 신분으로 진료하는 의사가 의료사고 소송에서 개인으로 배상했더라도, 과실이 경과실이라면 국가의 배상책임 범위 안에서 그 돈을 국가에 구상할 길이 이 판결로 확인됐습니다.

의료인이라면

공무원 신분의 의사는 고의나 중과실이 아니면 개인 배상책임이 없다는 것이 이 판결이 전제한 법리입니다.

앞선 소송에서 공무원이라는 주장을 하지 않았더라도, 뒤에 구상을 청구하는 것이 신의칙 위반으로 막히지는 않았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공무원 신분의 의료진에게 진료받다 생긴 사고라면, 경과실일 때는 의사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배상책임을 진다는 법리 위에서 이 판결이 나왔습니다.

의사 개인에게서 배상을 받았더라도, 이 판결은 피해자가 그 돈을 돌려줄 의무가 없다고 했습니다.

분담 · 구상 더 보기

같은 쟁점의 판례

출처 · 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2다54478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