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손해 산정

확정판결 뒤 새 손해배상 청구, 감정한 여명을 넘겨 산 뒤 다시 낸 소송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식물인간이 된 환자가 앞선 판결에서 정한 여명을 넘겨 살고 있다면, 늘어난 기간의 손해를 다시 청구할 수 있는지부터 보시면 됩니다. 이 사건에서도 배상은 앞선 소송에서 감정한 여명으로 정해져 확정됐는데, 환자가 그 여명을 넘기자 늘어난 기간의 치료비와 개호비를 구하는 새 소송이 났습니다. 대법원은 그때 내다볼 수 없던 무거운 새 손해라면 앞선 판결의 기판력에 막히지 않는다고 본 판결입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2007. 4. 13.
사건
2006다78640 · 민사
결론
원고와 피고의 상고를 모두 기각

무엇을 다퉜나

환자는 이 병원 응급실에 왔다가 며칠 만에 산소 부족으로 뇌를 다쳐 식물인간이 됐습니다. 그 뒤 앞선 소송의 항소심은 병원에 배상 책임을 지웠지만, 패혈증의 높은 치사율 등을 헤아려 그 범위는 일부로 줄였습니다.

  • 앞선 소송의 신체감정은 환자가 감정일부터 4년 남짓 더 살 것으로 내다봤는데, 노동능력은 모두 잃었고 하루 24시간 곁에서 돌볼 사람이 필요하다는 내용입니다.
  • 그래서 환자 쪽은 이 여명을 전제로 일실수입, 여명 동안의 향후치료비와 개호비, 위자료를 한꺼번에 일시금으로 청구했습니다.
  • 앞선 소송의 항소심은 감정 결과대로 여명이 줄었다고 보고 손해를 셈해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고, 그 판결은 확정됐습니다.
  • 그런데 환자는 그 여명이 끝난 뒤에도 살아 있었고, 며칠 뒤 늘어난 기간의 향후치료비 · 보조구비 · 개호비를 구해 제기된 것이 이 소송입니다.
  • 이 소송 1심에서 다시 한 신체감정은 그때부터 5.1년에서 8.4년을 더 살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에 병원은 같은 사고로 확정판결이 이미 있으니 기판력 때문에 다시 청구할 수 없다고 맞섰지만, 원심은 그 항변을 배척하면서 늘어난 여명만큼의 손해를 인정했습니다. 다만 병원 책임의 비율은 앞선 판결 그대로입니다.

지급 방식도 나눴는데, 원심 변론이 끝난 날까지의 손해는 한꺼번에, 그 뒤 몫은 환자의 생존을 조건으로 삼아 달마다 · 해마다 주는 정기금으로 정했습니다. 그러자 이 판결에 병원과 환자가 모두 상고한 것입니다.

법원이 본 것

확정판결 뒤에 생긴 적극적 손해 판결요지 [1] · 이유 1

치료비나 개호비처럼 사고로 새로 드는 비용을 적극적 손해라고 합니다. 그 배상을 명한 확정판결이 있은 뒤에도, 그 소송의 변론이 끝난 다음 새 적극적 손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변론종결 때 그 손해의 발생을 예견할 수 없었고 그 부분 청구를 포기했다고 볼 수도 없다면, 앞선 소송에서 청구를 유보하지 않았더라도 별개의 소송물이라 기판력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80다1671 · 2001다71446).

예측보다 길어진 여명 판결요지 [2] · 이유 1

앞선 감정은 환자가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다 정해진 무렵 숨질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로는 그 예측보다 최대 9년 가까이 더 살 것으로 보였고 그만큼 향후치료와 보조구, 개호가 더 필요해졌습니다.

그래서 2001다9496 판결을 참조해, 이만큼 큰 손해가 새로 생기리라는 것을 앞선 소송 과정에서 내다볼 길은 없었다고 대법원은 못 박았습니다.

따라서 늘어난 여명에 따른 손해는 앞선 변론종결 때 예견할 수 없던 새롭고 중한 손해이고, 이 소송은 앞선 소송과 소송물이 다르다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입니다.

원심이 예견 가능성을 잰 방법 · 원심 이유 2 나

원심은 여명 예측이 본래 실제와 어긋날 수 있다는 점부터 인정했습니다. 일찍 숨질 수도, 더 오래 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여명 단축과 그 정도는 의학의 판단 영역이라, 달리 볼 사정이 없는 한 그 감정을 따르는 것이 옳다고 했습니다.

예측을 넘겨 산 기간이 처음 예측에 견주어 상당하다면, 감정을 믿은 환자 쪽이 그만큼 더 살 것까지 내다보기는 힘들다는 것입니다. 늘어난 개호비와 향후치료비는 생존에 꼭 드는 비용이라 손해도 중대하다고 했고, 대법원도 이런 취지의 원심 판단을 정당하게 여겼습니다.

퇴원을 조건으로 달자는 주장 이유 2 · 원심 이유 2 마

병원은 환자가 여전히 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으니, 향후치료비는 퇴원을 조건으로 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원심은 향후치료비 가운데 병원이 맡는 진료의 몫이라면 병원이 따로 소송을 내거나 상계해 받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미리 퇴원을 조건으로 붙일 까닭이 없다는 이 결론을, 대법원도 그대로 둔 것입니다.

돌볼 사람은 몇 명인가 이유 3 · 원심 이유 2 라

앞선 소송이 3인을 인정했던 만큼, 환자는 성인 3인의 개호가 필요하다고, 병원은 1인이면 충분하다고 다퉜습니다.

원심의 판단은, 돌보는 사람이 쉼 없이 일해야 하는 상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만 욕창을 막으려 몸을 돌려 눕히고, 음식을 넣고, 물리치료를 위해 옮기는 일이 띄엄띄엄 필요한 점과 잠자는 시간을 헤아려 성인 남자 2인의 개호를 인정했습니다.

결국 양쪽 상고이유를 살핀 대법원도 이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병원 쪽 배상 책임의 근거와 책임 비율은 앞선 판결의 판단을 원심이 그대로 옮겼고, 상고이유에 오르지 않은 부분입니다.
  • 또 일시금과 정기금으로 나눈 지급 방식, 위자료를 더 얹지 않은 원심의 결론도 상고이유 밖이라 대법원 판단이 미치지 않았습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앞선 판결이 확정됐어도, 그때 내다볼 수 없던 무거운 적극적 손해가 뒤에 생기면 따로 청구할 길이 남았습니다. 그러려면 그 손해를 예견할 수 없었고 청구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함께 서야 합니다.

의료인 · 병원이라면

원심은 여명 감정을 존중할 의학적 판단으로 대했고, 앞선 판결이 정한 책임 비율도 새 소송까지 이어졌습니다.

향후치료비 가운데 병원이 직접 맡는 진료비는 병원이 따로 소송이나 상계로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퇴원 조건은 붙지 않았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감정한 여명이 여러 해 늘어 더 드는 향후치료비 · 보조구비 · 개호비는 새 소송으로 청구할 수 있었습니다.

원심은 위자료는 앞선 판결에서 이미 정해졌다며 더 얹지 않았습니다. 곁에서 돌보는 고통은 개호비와 치료비로 갚아진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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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2007. 4. 13. 선고 2006다78640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