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손해 산정

마취 뒤 관리 소홀의 위자료, 사망과 인과관계가 없을 때의 문턱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수술 뒤 관리가 소홀했다는 점이 인정되더라도, 그것만으로 위자료가 생기는지는 따로 보셔야 합니다. 이 판결은 전신마취 수술 뒤 회복 시간이 지나도록 의식이 흐린 아이에 대한 의료진의 관리 소홀이 인정되더라도, 그 소홀이 사망과 상당인과관계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위자료가 곧바로 생기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위자료가 남으려면 그 소홀이 일반인이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여야 하고, 이는 원고들이 증명할 몫이라는 것입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2006. 9. 28.
사건
2004다61402 · 민사
결론
원심판결 중 병원을 운영한 학교법인에 위자료를 명한 부분을 깨고 다시 심리하게 함

무엇을 다퉜나

급성 충수돌기염으로 전신마취 수술을 받은 아이가 다음 날 아침 숨지자, 부모가 병원을 운영한 학교법인에 배상을 구한 사건입니다. 원심이 확정한 경위는, 줄이면 다음과 같이 정리됩니다.

  • 아이는 배 아픔과 구토로 입원해 급성 충수돌기염으로 진단받고, 같은 날 낮 전신마취 아래 충수돌기 절제술을 받았습니다.
  • 마취를 맡은 의사는 아이가 이름을 대답하고 지시에 따라 눈을 뜨는 것을 보고 마취에서 회복됐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아이는 일반 병실로 옮겨진 것입니다.
  • 병실에서 아이는 잠만 자려 했고, 부르거나 자극하면 눈은 떴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밤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도 당직 간호사들은 이를 마취가 덜 깬 것으로 보았고, 밤과 새벽에 불려 온 인턴들은 계속 관찰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 원심의 인정입니다.
  • 다음 날 새벽 아이의 호흡이 멈췄고, 의료진이 기관 삽관과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아침에 숨졌습니다.
  • 부검에서 사인은 소뇌의 동정맥기형에서 생긴 소뇌출혈로 밝혀졌고, 산소 부족으로 인한 뇌 손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또한 원심은 기록에서 이런 의학 지식도 인정했는데, 전신마취 뒤 정상 의식으로 돌아오는 데는 보통 1~2시간이 걸립니다. 그 뒤에도 기면이나 혼미가 이어지면 다른 원인 때문인지 살펴야 합니다.

특히 뇌동정맥기형은 마취에서 깨어나는 동안 증상이 잘 드러나지 않을 수 있고, 출혈 때의 두통 · 구토 같은 증상도 출혈이 빨리 진행되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원심의 판단은 두 갈래입니다.

  • 사망과의 관계: 원심은 수술 뒤 관리에 소홀함이 있었다고 보면서도, 소아에게 드문 특이체질에서 온 출혈이 빠르게 진행됐고 새벽 전에는 출혈을 의심할 증상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확진과 수술에 드는 시간, 출혈의 예후를 보면 검사로 찾아 수술했어도 완치는 어려웠다며 사망과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망으로 인한 재산 손해와 정신적 손해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은 것입니다.
  • 위자료: 그러면서도 원심은 의료진이 기면이나 혼미 상태에 맞는 환기와 산소공급을 제대로 하지 않고, 마취를 맡은 의사나 수술한 의사에게 알맞게 보고하지 않은 점 등을 들었습니다. 회복 시간이 지나도록 의식이 흐린 환자를 사후 관리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없다며, 그 불성실한 진료 자체로 불법행위가 된다고 보아 위자료를 명했습니다.

한편 원고들은 상고하지 않았고, 상고는 학교법인이 위자료 부분을 다퉈 낸 것입니다.

법원이 본 것

과실 책임에 필요한 세 가지 판결요지 [1] · 이유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불법행위 책임을 물으려면, 주의의무를 어긴 일과 손해의 발생, 그리고 그 둘 사이의 인과관계가 각각 증명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람의 생명 · 신체 · 건강을 맡는 일이라, 의료인과 의료종사원은 그 환자의 증상과 처지에 비추어 위험을 막는 데 드는 최선의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치료에 온 힘을 다하지 않아 환자의 기대에 어긋났다면, 그것은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그 위반이 환자에게 닥친 결과와 상당인과관계로 맞닿지 않으면, 그 결과의 손해까지 배상하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위자료가 따로 남는 좁은 길 판결요지 [1] · 이유

판결은 여기에 예외 하나를 두었습니다. 그 위반이 일반인의 처지에서 볼 때도 수인한도, 곧 참고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을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라고 평가될 정도라면, 그것만으로 불법행위가 된다고 했습니다.

이 경우 그 진료로 환자와 가족이 겪은 정신적 고통은 위자료로 배상하라고 명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그 정도로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가 있었다는 점은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주장하는 원고들이 증명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판결요지 [2] · 이유

대법원은 수술 뒤 관리를 소홀히 한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사망과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은 그 위반이 일반인의 수인한도를 넘어서는 현저한 불성실로까지 증명되지 않는 한, 병원에 위자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원심이 인정한 사실만으로 그 정도의 잘못이 있었다고 단정할 만큼 증명됐는지는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심이 먼저 심리했어야 할 물음을 들었습니다.

  • 수술 뒤 아이에게 나타난 구체적 증상 아래에서, 수술과 회복 입원을 맡은 병원 의료진에게 일반적 의학상식과 임상의학의 현실에 비추어 통상 요구되는 조치는 무엇이었는가.
  • 의료진이 그 조치를 스스로 쉽게 할 수 있었는데도 게을리했는가.
  • 아니면 수술한 의사 등에게 보고해 곧바로 필요한 조치를 하게 했어야 하는데 그것을 게을리했는가.

이렇게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를 가리는 데 필요한 사정을 모두 심리한 뒤에, 위자료 책임이 있는지와 알맞은 액수를 정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원심은 그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위자료를 명했습니다. 대법원은 이를 의료사고의 과실과 배상 책임에 관한 법리를 잘못 이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준 잘못으로 봅니다.

그래서 나머지 상고이유는 살피지 않고, 학교법인에 불리한 원심 부분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등법원에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다만 관리 소홀이 수인한도를 넘는 정도였는지는 결론을 내지 않았습니다. 가려야 할 물음 셋을 원심에 넘긴 것입니다.
  • 사망과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단은 원고들이 다투지 않아 대법원의 심리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호흡이 멈춘 뒤 응급조치에 과실이 없다는 원심 판단도 마찬가지입니다.
  • 위자료 액수도 따로 보지 않았습니다. 책임이 있는지부터 다시 가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이 판결은 주의의무 위반과 위자료 사이에 단을 하나 더 두었습니다. 즉 결과로 이어지지 않은 소홀은, 그것이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선 현저한 불성실이라고 증명될 때에만 위자료로 남았습니다.

의료인이라면

판결은 관리 소홀의 주의의무 위반과 현저한 불성실을 같은 것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위반이 인정돼도 위자료까지 가려면 그 정도가 따로 증명돼야 했습니다.

원심이 다시 볼 물음에는, 그 상황에서 의료진이 스스로 쉽게 할 수 있었던 조치가 무엇이었는지도 들어갑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회복 시간이 지나도록 의식이 흐린 아이의 관리가 소홀했다는 원심 인정이 있어도, 그것으로 곧 위자료가 따라오지는 않았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따져야 할 것으로, 그때 통상 요구되던 조치와 수술한 의사 등에게 알려 곧바로 조치하게 했어야 하는지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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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2006. 9. 28. 선고 2004다61402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