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시효

합의 뒤 추가 손해, 여명 5년 감정이 빗나가 의식이 돌아온 피해자

김은정 변호사법무법인 CNE 김은정 의료전문변호사작성

이 판결은 화물차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스무 살 피해자가 여명이 사고 뒤 5년쯤이라는 감정을 바탕으로 배상 합의를 했지만, 4년여 뒤 의식을 되찾은 사건을 다룹니다. 대법원은 늘어난 여명의 손해는 합의 밖이고, 시효도 호전이 시작된 때를 기준으로 따져도 아직 끝나지 않은 때 소송이 들어왔다고 봤습니다.

법원
대법원
선고
2001. 9. 14.
사건
99다42797 · 민사
결론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의 개호비 부분 파기환송 · 원고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의 상고 모두 기각

무엇을 다퉜나

원고가 화물차 사고로 심한 뇌손상을 입은 것은 1992년 9월, 스무 살 넉 달 무렵입니다. 운전자를 상대로 낸 첫 소송의 신체감정에서는 회복이 어려운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이고, 여명이 사고 뒤 5년쯤으로 줄었다는 감정이 나왔습니다.

  • 첫 판결은 이 감정을 받아들여 짧아진 여명을 전제로, 그 뒤 일실수입에서는 생계비를 빼는 식으로 손해를 셈해 1993년 4월 확정됐습니다.
  • 확정 바로 뒤, 원고 쪽은 운전자의 보험회사에게서 판결 인용액 일부를 깎은 돈을 받으면서 이 사고의 청구권을 일체 내려놓는 합의를 한 것입니다.
  • 원고는 그 뒤로도 식물인간 상태였다가, 사고 4년여 뒤부터 차츰 의식을 되찾았습니다. 예측된 여명이 지나서도 살아 있자, 원고가 보험회사에 추가 손해를 직접 청구한 것은 1997년 9월입니다.
  • 이 소송의 신체감정에서는 중증 정신장해 · 오른쪽 반신불수 · 왼눈 실명이 영구히 남았지만 기본적인 의사소통 · 혼자 식사 · 대소변 가리기 · 평지 보행이 되는 상태로 고정됐고, 여명이 첫 감정보다 38년쯤 늘어날 것으로 나왔습니다. 또 정신적 장해로 외출할 때는 반드시 남의 보호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붙었습니다.

보험회사가 들고 나온 것은 첫 판결의 효력, 포기 합의, 시효 소멸입니다. 원심은 늘어난 여명에 따른 일실수입은 인정했지만, 혼자 일상생활이 된다며 개호비는 기각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첫 판결과 보험회사 판결요지 [1] · 이유 1 나

피해자가 보험회사에 갖는 배상채권과 운전자(피보험자)에게 갖는 배상채권은 따로따로 서 있습니다.

운전자를 상대로 한 확정판결은 그 소송의 당사자가 아닌 보험회사에게 미치지 않고, 보험회사에 직접 청구하는 사건이라면 배상 여부와 범위를 처음부터 새로 살핀다는 것이 대법원 설명입니다.

후유증으로 뒤늦게 생긴 손해의 시효 판결요지 [2] · 이유 1 다

3년 시효의 출발점이 되는 손해의 인식은 손해가 났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고 정도나 액수까지는 필요 없어서, 보통은 다친 그때를 출발점으로 삼습니다.

다만 다칠 당시엔 짐작조차 못 한 새 손해가 후유증으로 나타나거나 손해가 뜻밖에 불어났다면, 그 일이 드러난 시점에 그만큼의 손해를 안 것으로 보고 거기서부터 시효를 셉니다.

합의 밖의 추가 손해 판결요지 [3] [4] · 이유 1 다

먼저 대법원은 다친 정도, 첫 감정의 여명 예측, 첫 소송과 합의의 경위 · 금액, 사고 뒤 증상이 바뀐 과정, 지금 고정된 증상과 늘어난 여명을 함께 보았습니다.

그 결과 대법원은, 예측된 여명 이후 가동연한까지의 생계비 몫 일실수입과 그 기간의 개호비 손해는 사고 때는 물론 첫 판결에 기대어 맺은 합의 때에도 내다볼 수 없었고, 알았다면 그 액수로 화해하지 않았으리라 보이므로 합의 밖의 손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시효에 대해서는, 원고의 증상이 사고 4년여 뒤부터 호전되기 시작했으니 적어도 그 전에는 이 손해가 드러날 수 없었고, 그때를 기준으로 해도 3년 안에 소송이 제기됐다는 판단입니다.

원심이 예측된 여명이 지난 때에 원고가 손해를 알았다고 단정한 대목은 부적절하다고 짚었지만, 결과에는 영향이 없다며 보험회사 상고를 물리쳤습니다.

일실수입은 생계비 몫만 새로 이유 2 가

합의가 미치지 않는 일실수입은 예측된 여명이 지난 뒤부터 가동연한까지의 생계비 몫뿐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실수입 전체를 오른 노임으로 다시 셈해 첫 판결 금액을 빼는 방식은 맞지 않다며, 이 점을 다툰 원고 상고도 물리쳤습니다.

정신적 장해와 개호 판결요지 [5] · 이유 2 나

개호는 몸이 불편해 남의 손이 직접 필요한 때로 한정되지 않고, 지적 · 정신적 장해로 남의 감독이나 보호가 필요한 때도 포함한다는 것입니다.

감정에 따르면 원고는 일상의 최소한은 혼자 할 수 있어도, 지능이 유치원 아동 수준으로 판단력 · 감정조절 능력을 잃어 외출 때는 보호가 꼭 필요했습니다.

그런 개호가 필요한지, 기간과 정도는 어떤지 심리하지 않고 청구를 기각한 데서 원심의 개호 법리 오해가 드러났다는 판단입니다. 그래서 개호비 몫은 파기돼 원심이 다시 맡게 됐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개호가 얼마 동안, 어느 정도 필요한지와 그 금액은 환송 뒤 원심의 심리로 넘겨졌습니다.
  • 첫 감정의 여명 예측 근거와 의식이 돌아온 까닭은 이 판결 이유에 나오지 않는 대목입니다.
  • 화물차 사고 손해를 보험회사에 구한 사건이고, 진료를 두고 다툰 판결은 아닙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감정이 내다본 여명은 예측일 뿐이고, 그 예측이 크게 빗나가면 그것을 전제로 한 판결과 합의도 그 몫에서는 끝이 아니었습니다. 시효도 사고 날이 아니라, 빗나감이 드러나기 시작한 때를 기준으로 잡아도 3년이 지나지 않았는지로 셈해졌습니다.

의료인이라면

신체감정의 여명 예측이 배상액과 합의의 전제가 되고, 그 예측이 빗나가면 추가 청구의 근거로 다시 법정에 오르는 흐름이 이 판결에 담겼습니다.

감정서에 적힌 정신적 장해와 보호 필요 소견은 신체 동작이 가능하더라도 개호가 필요하다고 볼 여지로 읽혔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감정의 예측을 전제로 합의했더라도, 상태가 크게 달라져 그 전제가 무너졌다면 추가 손해를 따로 청구할 길이 열려 있었습니다.

혼자 걷고 먹을 수 있어도 판단력 저하로 늘 보호가 필요하다면, 그 보호도 개호로 다퉈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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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법원 2001. 9. 14. 선고 99다42797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