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 대법원
- 선고
- 2001. 9. 4.
- 사건
- 2001다9496 · 민사
- 결론
- 상고기각(보험회사 상고 · 피해자 쪽이 이김)
무엇을 다퉜나
1992년 3월 승용차 사고로 피해자는 심한 뇌좌상을 입었고, 이듬해 운전자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신체감정은 식물인간 · 사지마비 상태가 이어지고 호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 감정은 노동능력 상실을 100%로, 여명은 사고일부터 6년 2개월쯤으로 내다봤습니다. 여명이란 앞으로 살 수 있으리라 보는 기간입니다. 그래서 피해자 쪽은 그때까지만 산다는 전제로 수입 손실과 치료비 · 개호비를 한꺼번에 구했습니다.
1심도 1993년 9월 그 감정대로 여명 6년 2개월을 전제로 손해액을 셈했습니다. 그 뒤 양쪽이 항소했는데, 1993년 10월 피해자 쪽은 상대 보험회사로부터 판결 원리금에서 조금 깎은 2억 5,000만 원을 받으며 이 사고에 관한 청구권을 전부 내려놓는다고 합의한 것입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예측된 여명을 넘겨서도 살아 있자, 그사이 더 든 치료비와 보조구 · 개호 비용을 구하는 새 소장이 1999년 4월 접수됐습니다.
이 소송의 신체감정은 피해자가 식물인간 상태를 벗어나 거동은 못 해도 상태가 나아졌다고 했고, 여명도 감정일부터 약 7.15년이어서 앞선 예측보다 8년 3개월쯤 길어진 셈입니다.
반면 보험회사는 이미 모두 포기하기로 합의했고 시효도 끝났다고 맞섰는데, 1심과 원심이 이 두 항변을 모두 물리치자 상고했습니다.
법원이 본 것
포기 합의가 닿지 않는 손해 판결요지 [2] [3] · 이유
돈을 받고 나머지를 포기하기로 한 합의가 있으면, 그 뒤 손해가 늘었다고 또 배상을 구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예외는 세 조건이 겹칠 때입니다. 손해 범위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에서 맺은 합의, 그때로서는 예상이 불가능했던 후발손해, 사정을 알았다면 그 금액에 응하지 않았으리라 여길 만큼 큰 손해.
그래서 이런 손해까지 포기한다는 것이 당사자 뜻이었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이 인용한 판례의 요지입니다.
대법원은 여명이 8년 3개월쯤 길어지면서 새로 필요해진 치료 · 보조구 · 개호는 합의 당시 내다볼 수 없었고, 이를 알았다면 2억 5,000만 원에 응했을 리 없다며 이 후발손해는 포기 합의 밖에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시효가 돌기 시작하는 때 판결요지 [1] [3] · 이유
3년 시효에서 손해를 안 날은 손해가 났다는 사실을 안 때이고, 액수까지 알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칠 무렵 예견하지 못한 손해가 후유증 등으로 새로 생기거나 불어나면, 그 몫의 시효는 그런 사정이 판명된 때부터 셉니다.
그런데 이 사건의 후발손해는 합의 때까지 예상할 수 없었으므로, 그때까지 시효가 돌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합의 뒤에도 소 제기일보다 3년 넘게 앞서 이 손해를 내다볼 사정이 생겼다는 자료는 없었습니다.
이렇게 종전에 예측된 여명이 끝난 날부터 3년이 지나기 전에 소가 제기됐으니, 늘어난 여명 몫의 시효는 아직 남아 있었던 것입니다.
일시금과 정기금을 나눈 원심 이유
원심이 인용한 1심은 변론을 마칠 때까지 이미 생긴 개호비는 한꺼번에, 그 뒤 새 여명까지는 피해자가 살아 있는 동안 달마다 개호비 · 치료비를 주라고 정했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에 화해계약 · 소멸시효 법리를 잘못 안 위법이 없다며, 보험회사 상고에는 이유가 없다고 정리했습니다.
판단하지 않은 것
- 다만 대법원은 새 감정의 여명 약 7.15년을 따로 다시 셈하지 않고, 원심이 인정한 그대로 판단의 전제로 삼았을 뿐입니다.
- 또 2억 5,000만 원의 합의금이 처음 손해에 견줘 적정했느냐는 이 사건에서 다툰 거리가 아니었습니다.
- 승용차 사고 피해자와 보험회사 사이의 다툼이라, 진료의 잘잘못은 화해계약 · 시효를 다룬 이 판결과 무관합니다.
실무에서 읽는 법
이처럼 포기 합의의 효력과 시효의 시작은 모두 예측된 여명이라는 한 숫자에 묶여 있었습니다.
의료인이라면
이 판결은 앞선 소송 감정의 여명 숫자가 합의금액을 정한 바탕이었다고 보았기에, 그 숫자를 크게 벗어난 몫을 합의 밖에 두었습니다.
그리고 판결은 식물인간 상태를 벗어난 호전이 새 감정으로 확인되자, 늘어난 여명에 맞춰 개호 · 치료 몫을 한꺼번에 받을 돈과 다달이 받을 돈으로 가른 원심을 유지했습니다.
환자와 가족이라면
이 판결은 사고에 관한 청구권을 모두 포기한다는 합의라도, 예상할 수 없었고 액수를 바꿀 만큼 중대한 후발손해까지 덮지는 못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판결은 이 후발손해를 더 일찍 내다볼 사정이 따로 없던 이 사건에서 시효를 종전 예측 여명의 마지막 날부터 세어, 그로부터 3년 안에 제기된 소를 시효 안의 청구로 받아들였습니다.
시효 더 보기
같은 쟁점의 판례
출처 · 대법원 2001. 9. 4. 선고 2001다9496 판결,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이 해설은 판결 원문을 쉬운 말로 옮긴 것이며, 개별 사건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